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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식 칼럼] 인터넷 시대 문학의 역할
작성자 : 중랑문학대학()   작성일 : 08.03.19   조회수 : 2647   첨부파일 :
인터넷 시대 문학의 역할 / 안재식

우리 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4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OECD가 발표(2005. 5. 29)하였다. 56KB 모뎀으로 시작한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 100MB 속도를 능가하고 있으니 경이로운 것이 사실이고, 특히 게임 서비스는 선진국에서까지 표절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2~3배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 발전했지만 무엇 때문에, 왜 빨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빨리 달려오기만 하여 부작용 또한 만만찮고, 대책도 별로 없는 것이 작금의 현상이다.

인터넷이 기술의 공간이 아닌 문화의 공간으로 이해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교류의 광장’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살려서 인간 공동의 가치를 추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누출로 인한 사생활침해, 혼자만의 공간에서 투명인간처럼 얼굴을 숨기고 즐기는 선정성과 폭력, 그로 인한 생명경시풍조와 극도의 개인 이기주의는 이제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갖가지 범죄가 만연하다 보니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듯 시끄럽다.

동료들이 미웠다는 이유로 24시간 동고동락(同苦同樂)하던 최전방 GP동료들을 향해 무차별로 총질한 군인, 두 살 먹은 아기가 말을 안 듣는다고 강물에 던져 버린 20대의 젊은 엄마, 몇 푼의 돈 때문에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고등학생,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 마녀사냥을 즐기고, 그 덫에 걸리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도록 만드는 집단의 광기... 나홀로 공간에서 스스로 때리고 부수고 비난하고 죽이는 동안 인간관계는 삭막해지기만 했고, 분노와 증오는 증폭되고 만 것이다.

필자는 아동도서만을 전문으로 발행하는 출판사를 26년째 운영하고 있고, 아동문학으로 등단한 지 20여년 되는 기성문인이다. 주로 동화나 소설을 집필하였고, 책도 여러 권 내어 꽤나 알려진 문인으로 평판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 근년에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감당하지 못할 크나큰 배신을 당하였다. 그로 인한 분노와 증오는 인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증오를 삭히는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 낸 것이 시(詩)쓰기였다. 산문을 주로 쓰다가 운문(시)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여 때늦은 시창작 공부를 하며 가끔씩 시를 쓰고 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이, 시를 쓰다 보면 잠재되어 있던 원망과 증오가 싹 가시는 효험이 있었다. 역시 ‘문학은 삶의 동력이요, 창조의 근원’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문학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개발하여 삶의 질을 높여 주기 때문에 인간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위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문학을 알고, 문학을 키우고, 문학의 꽃을 피운 고금의 위인들은 그 족적을 모두 역사에 남겼잖은가!

문인은 문화창조의 주역으로서 지성을 대표하고, 사회여론을 선도하는 계층인 만큼 인터넷 문화에 대한 책임과 역할 또한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문인은 문학을 통해 무너져내린 인간성을 회복하고, 올바른 정신문화의 복원과 재창조에 앞장서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 길만이 퇴폐의 늪으로부터 증오심을 극복하는 지름길임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요즈음 문인으로 등단하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머리를 곧추세우는 분들이 많다. 한마디로 등단은 글쓰기의 시작일 뿐인데, 이를 망각한 채 시어(詩語) 몇 조각 조합하는 기술만 갖고 시를 흉내 내고, 신변잡담을 수필로 착각하는 부류가 많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 애드벌룬처럼 뜨는 문인이 아니라, 시류에 물들지 않고 50년, 아니 100년 후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영혼이 맑고 대의(大義)에 살고 죽는 그런 멋쟁이 문인들이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아직도 시인이 아니십니까? 라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로 시인도 많고 수필가도 넘쳐난다. 하긴 전국민이 시인이고 수필가면 어떠하랴! 전국민의 문인화는, 익명성 뒤에 숨은 비겁한 어둠의 자식들을 대명천지 밝은 세상으로 끌어내는 처방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증오심을 극복하고 남을 배려하며 오순도순 살갑게 정말 인간답게 살아가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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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아동문학가,소설가
야누스의 두 얼굴(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도서 선정 도서) 외 다수
중랑문학대학에서 아동문학창작론 및 문학일반론 강의

*한국현대시인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국제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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