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홈)으로 바로가기 Home > 커뮤니티 > 중랑등단

[안재식] 출입 금지 구역 / 자유문학 2010년 봄호 계간시평
작성자 : 중랑문학대학()   작성일 : 10.07.25   조회수 : 2452   첨부파일 :
[안재식] 출입 금지 구역 / 자유문학 2010년 봄호 계간시평

내 안의 우주, 내 밖의 우주
(시평 / 주경림(시인, 이화여대 문리대 사학과 졸업)

- 안재식 '출입 금지 구역' (자유문학. 09년 여름호)
- 안차애 ' 그리운 몇 컷' (우리시. 10년 5월호)
- 조영실 '생각은 촉수가 길다' (자유문학. 09년 가을호)
- 정연희 '꽃밭의 저편' (미네르바. 10년 여름호)
- 박남주 '자연법' (문학과 창작. 10년 여름호)
- 이 솔 ' 7월의 까치가 그리는 소리의 각은' (한국현대시. 09년 하반기)

1. 들어가며

붉은 장미꽃이 담벼락에 불길 번지듯 타오르는 초여름, 자유문학 2009년 겨울호에 실릴 계간평을 쓴다.
문학 작품, 또한 그 시대의 사상과 시대의 조류를 반영해서 쓰여진다는 측면에서 볼때는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허나 '시예술'의 진면목이란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고 상처받은 영혼에 대한 위로와 치유의 기능, 특별한 감흥을 선사해 주기에 인위적으로 나눈 시간의 구획은 별 문제될 것 같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의 삶과 자연속에서도 시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의 축포를 터트렸다.
필자가 그 감흥속에 빠져있을 때,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추락 소식을 들었다.
1백 37초만의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우주 강국의 희망은 계속 이어질 것이기에 다음 기회에 꼭 성공하리라 믿어본다.
이 지면에서는 시인들이 상상의 로켓을 타고 넘나들 수 있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우주를 슬쩍 들어가보기로 했다.

2. 우주, 그 치열한 삶의 현장

내다버린 화분에 민들레꽃이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어놓았다. 개미· 진드기처럼 작은 생명들도 키워냈다. 그곳은 먹고싸우고 죽고태어나고 바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우두커니 지켜본다
이방인 출입 금지 구역
옐로카드를 내미는 민들레꽃
버림받을 때와는 영 딴판이다
전혀 빈틈이 보이지않는다
- 안재식 글 , 출입 금지 구역 -

안재식 시인의 시 '출입 금지 구역'은 버려진 화분을 시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의 내용만으로는 애초에 그 화분에 무슨 꽃이 심어졌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화분의 주인공이 죽었거나 몹시 상하여 흙 담긴 화분을 버렸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게 쉬운 풍경인데, 시인의 예리한 눈은 버려진 공간인 그 곳에 생명의 뿌리를 내린 민들레꽃을 포착한다.

우연히 떨어졌을 민들레 씨앗 한톨로 말미암아 버려진 화분은 생명의 공간인 '자기만의 우주'로 탈바꿈한다.
그곳은 개미 · 진드기처럼 작은 생명들과도 함께 사는 상생의 공간이 된다.
또한 '먹고싸우고 죽고태어나고 바쁘게 살아가는' 생태계의 순환까지도 시인은 읽어낸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우두커니 지켜본다'로 자신의 존재를 비로소 드러낸다.
겉보기로는 무심한 듯 하지만 생명성에 대한 경이로움과 연민이 감추어져 있다.
'자기만의 우주'를 지켜내려는 보호 본능으로 돌연, '이방인 출입 금지 구역' 이라는 선언은 시의 전화부라 할 수 있다.
화분을 내다버리듯 민들레를 뽑고 작은 생태계를 파괴해 버릴지도 모르는 인간에 대한 경고이다.
노란꽃색을 '옐로카드'로 읽어내는 시인의 재치가 돋보인다.
황폐한 죽음을 딛고 피어난 야생의 생명력이 '자기만의 우주'를 멋지게 가꾸어놓았다.
안재식 시인의 '출입 금지 구역'은 화분안의 소우주였다.

(중략)

5. 끝맺으며

이상으로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지않고 어떤 이념이나 주의를 표방하지도 않으며 묵묵히 서정시를 써온 시인들의 시를 읽어보았다.
그들의 진정성이 독자의 심중에서 감동으로 물결쳤을 때 비로소 한편의 시가 온전히 완성되는 것이리라.
말많은 세상이기에 여백과 행간에도 중요성을 두는 시쓰기기의 의미가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아마 이 글을 받아볼 즈음은 장마가 질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솟아날 건강한 시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이전글 하늘나라 왕자
다음글 [안재식] 모래 그림